자작시 236

등대는

등대는 해정 목을 돌릴 때마다 빛들이 색종이처럼 공중에 팔랑거리고 있어 나의 눈 속으로 바람이 지나가면 어제 없던 소리가 열리듯이 빛의 안은 텅 비어 있지만 뭉쳐있는 기억들이 쏟아져 내리지 파도에 발목이 잡히는 동안 나는 사라진 이야기들을 불러 모으고 잃어버린 얼굴은 우리가 써놓은 문장 꿈을 버린 불면이 물컹물컹 만져졌어 멀리서 돌아온 생각이 너를 찾아 갯벌을 뒤적일 때 쉬어가려고 몰려온 파도가 낱장으로 뜯겨나가고 포구는 갯바람을 안고 밤새 뒤척이다가 숨겨둔 이야기들을 풀어놓기도 하지 어머니가 켜담은 노을이 개발 바구니 속을 가득 채우면 이제 등대는 밤새 나부끼던 불빛을 따라 바람을 만져본 적이 있다고 바다에서도 자주 길을 잃은 파도가 하얀 거품을 토해낸다 매번 틀리는 불빛의 첫 소절을 고쳐 쓰면 눈물이..

자작시 2022.09.24

흰남노

초 강력 태풍 흰남노 해정 오긴 오는 걸까? 태풍전야라는 말이 이토록 그러한가 고요가 깔리는 밑자리에는 공포 영화의 시작은 본래 그러하지 아니한가 밤은 그렇게 익어가고 새벽녘 베란다 밤새 창문 틀을 쥐고 용을 쓰던 코르크 마게, 신문지, 박스, 조각들과 유리창이 싱겁게 웃는다 통수 소리가 너무 컸던, 어제,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이 거리에서 가랑잎처럼 뒹굴고 있다 몇 남지 않은 머리카락도 칼날이 되었던, 핸드폰을 수 없이 들락거렸던 주위성 독려 메시지, 양념 없는 고기 맛이 이러한가 아. 헛헛한 다행함이여! ***** 다들 별일 없으시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문자들이 힘차게 문을 두드리는 아침입니다. 사랑합니다.

자작시 2022.09.23

난마돌

난마돌 해정 오는 줄 알고 두근거렸다 한 소절 조아렸던 가슴에 어느 시간인가부터 핑크빛 웃음이 조금씩 수를 놓기 시작했다 하늘의 배려였을까 깊은 너에 용단이라 해야 하는지 제팬을 향해 90도로 꺾는 네 몸놀림에 가슴에 엷은 꽃이 피어나고 슬그머니 미소가 흘렀지만 웃을 수도 없는, 내가 불끈 쥔 너의 날개 아래 서 있으면서 적으나마 네가 걸어오는 길목과 흰남노의 곡성 사이에서 슬픔이 또 한 채 늘었겠지만 화룡점정 네 모습에 이대로 울음을 배웅해도 괜찮겠구나 싶어 난마돌이 불어도 고요했던

자작시 2022.09.23

영정 사진. . .

영정사진 없는 죽음 해정 몸이 누워 있다 생각이 시키는 대로만 살았다 몸이 왜 돌아누웠는지 알지도, 알 필요도 하지 않았다 몸이 눈치를 살피는 일은 나와는 거의 무관한 일이었다 파업에 돌입한 이후까지에도 질끈 동여 멘 머리띠에서 구호가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협상조차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시간만 흘렀다 공권력이 쫓아왔으나 가쁘게 몰아쉬는 숨과 쉼 없이 부풀어 오르는 열과 오환과 돌아누운 눈빛만이 링거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을 바라보며 이제 내 몸은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 갯바위 위엔 고기들이 눈을 감고 누워있다 꿈도 내려놓고 지척에 둔 고향마저도 외면한다 지나던 바람이 흔들어 보지만 조금씩 자신의 몸을 산화시키는 중이었다 생각으로 살지 못했던 지난 날들 후회가 암초 속으로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 ..

자작시 2022.09.05

사는. . .

사는 일이란 해정 이제 지치고 피곤하다 늙었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긴 하다만 호흡으로 몸을 다지고 글자들로 머리를 깨워놓는 일상들이 늙어가는 속도는 따라 잡을 수 없나보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발걸음도 숨소리가 엇갈리는 기억력도 모르는 것까지도 모르게 늙어가는지 시간에게 빼앗긴 나를 다시 찾을 길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나를 조금씩 잃어가는 곡진한 마음 안으로 끌어당기며 참 열심히 살아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세파에 모질게도 참고 견뎌낸 나의 기로 그렇다 사는 일이란 바람 없는 날에 연줄을 잡는 일 아니던가 ***** 누구나 미래를 알 수 없다. 막막해서 불안하고 실패할까봐 두렵고 넘어질까 봐 걱정된다.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이 불안감은 애초에 실체 없는 허상이다. 멘탈이 강한사람들은 과도..

자작시 2022.08.23

여정의. . .

여정의 끝에서 해정 여정의 끝에는 고독이 있다 좋았던 것들의 속내에는 좋았던 것들만 있지는 않았다 출렁거리는 길들이 굳어진 표정을 쥐고 기억 속에서 달려 나갔다 주정이 빠져나간 뒤에 남은 지게미처럼 나를 끌고 들어가는 미련의 굴레들 내 눈 끝에 얼룩진 화면 속에는 비틀비틀 흘러간 세월이 영상으로 물들어 간다 산속을 누비던 바람과 필드에 구르던 허공과 내게서 빠져나간 발자국들이 바다 저편에서 물결로 일렁인다 지나간 것들은 모두 여행용 가방 안에 모여있다 객지에서 탈고된 자식들이 찾아들 수 있도록 열어놓은 어머니 품속 돌아서면 남이 되는, 내 등에서 비릿한 것들이 흘러내렸다 ***** 입으로 진심이라 하는 게 정말 진심일까? 진심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다. 내 마음이 어떠한지는 내가 아닌 상대가 ..

자작시 2022.08.16

나를. . .

나를 찾아서 해정 추억은 가슴속에 잡혀있다 기억은 생각 뒤로 숨어도 펄럭이는 깃발처럼 부표 속으로 뛰어오른다 나도 한때는 새처럼 날고 싶었으나 새는 날개를 잃고 허수아비처럼 주저앉아 있다 혼탁한 세상이 돌아앉아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었다 기를 새운 바다가 하늘을 휘젖는다 구름들은 어디론가 달려간다 나는 오늘도 나를 찾아 헤매고 ***** 고요히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진실하게 살아왔는지, 누군가의 관계가 관대하고 너그러윘는지, 작은 바람이 풀잎을 누이고 희미한 달빛이 연못을 비추듯이 내 마음의 거울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거울 속의 나도 나다.​ 나는 네가 될 수 없으며 보이는 그대로가 진실이다. 사랑합니다. 글 옵션 최고예요 1 댓글1 댓글 다운로드 표정짓기 댓글쓰기 최고예요 표정짓기 ..

자작시 2022.07.31

블로그

블로그 해정 내 블로그를 열었다 허공과 먼지들이 마중을 나왔다 끊어진 인적과 거미줄만이 집을 지켰다 바람을 털고 마당을 쓴다 축담을 다지고 툇마루에 늘어진 적막을 털어냈다 먼 길 떠나신 아버지 눈빛이 선하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쓸쓸한 마당엔 오래된 그리움만 거미줄에 휘청거린다 홀로 계시는 어머니께 긴 시간 문안 올리지 못한 불효 빈 집엔 온통 트라우마다 ***** 나의 삶에도 절망은 있었다. 절망을 피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인간만사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는 말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앞으로도 분명 절망이 생겨날 것이고, 그것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것이다. 사랑합니다.

자작시 2022.07.30

지금. . .

지금 세상에서는 해정 너를 열지 않기로 한다 얼굴 찡그리기 보다 차라리 궁금하기로 하자 한동안 열지 않고도 살아왔지 않았는가 그땐 그랬지 보나마나 였기에 몇 번 열어서 다시 보니 분노만 들끓었다 설익은 과일들이 익은 과일 흉내로 풋내를 토해낸다 도가 넘쳐난 것들은 하수구 냄새가 진동한다 원래 그 바닥이 그런 것인 줄이야 알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졌겠지라는 기대는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너는 늘 시끄럽기만 한데 ***** 난 부족함이 많다. 그러나 나를 똑바로 마주하는 것만으로 나는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갈수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똑 바로서서 내가 원하는 곳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를 놓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나의 삶을 더욱 나답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여..

자작시 2022.07.28

꿈 3

꿈 3 해정 휑하니 바람이 날아간다 기억 하나가 발등에 떨어져 앉았다 뒤를 따라 하얀 꽃잎이 나를 쫓아왔다 가다만 이승길이 되돌아본다 무슨 할 말을 두고 갔을까 떠난 자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나는 꿈속을 계속 헤맸다 ***** 옆 사람에게 문득 뭘 잔뜩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 행복하냐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모두들 아우성인 요즈음, 너는 어떻냐고, 살만 하냐고, 괜찮으냐고, 자꾸 궁금해진다. 살아 있으니 행복하지 않느냐고. 사랑합니다.

자작시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