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해정 목을 돌릴 때마다 빛들이 색종이처럼 공중에 팔랑거리고 있어 나의 눈 속으로 바람이 지나가면 어제 없던 소리가 열리듯이 빛의 안은 텅 비어 있지만 뭉쳐있는 기억들이 쏟아져 내리지 파도에 발목이 잡히는 동안 나는 사라진 이야기들을 불러 모으고 잃어버린 얼굴은 우리가 써놓은 문장 꿈을 버린 불면이 물컹물컹 만져졌어 멀리서 돌아온 생각이 너를 찾아 갯벌을 뒤적일 때 쉬어가려고 몰려온 파도가 낱장으로 뜯겨나가고 포구는 갯바람을 안고 밤새 뒤척이다가 숨겨둔 이야기들을 풀어놓기도 하지 어머니가 켜담은 노을이 개발 바구니 속을 가득 채우면 이제 등대는 밤새 나부끼던 불빛을 따라 바람을 만져본 적이 있다고 바다에서도 자주 길을 잃은 파도가 하얀 거품을 토해낸다 매번 틀리는 불빛의 첫 소절을 고쳐 쓰면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