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36

여름

여름 해정 덥다 땀이 온몸을 샅샅이 훑고 지나간다 끈질긴 놈은 끝끝내 버텨내고 또 어떤 놈들은 할 일을 끝낸 불도저처럼 풀썩,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바싹 마른 내 몸 어디에 우물 하나 들어있어 두레박 없이도 물질을 해되는가 펑펑 퍼올려 저토록 슬픔이 바짝 기를 세우는가 여름날 땡볕을 헤치며 어린 나를 엎고 십리길을 걸으시던 어머니 이마에서 송이송이 피어나던 그 꽃잎들이 잊었던 기억을 불러왔다 어머니는 이 무더운 여름을 이고 어느 산길을 헤매고 계실까 ***** 나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남에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생각했다. 남들 앞에 내가 먼저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나에게도 내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내 곁에 남을 수 없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

자작시 2022.07.09

장마3

장마 3 해정 어제 왔던 그 비가 오늘도 오네 그려 먹구름 젖은 하늘 달빛도 시들한데 마실 간 우리 어머니 버선발 어찌할고 *****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크다는 아포리즘, 늘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일들은 나를 달금질하지 못하고 후회로 남는다. 내 잘못은 눈에 보이지 않고 상대방의 기대치만 바라보며 남의 탓만 하는 내 근성, 결국 그렇게 살아낼 수만 없는 일.. 사랑합니다. 글 옵션

자작시 2022.07.07

장마

장마 해정 비가 온다 오롯이 그대를 찾아 내가 헤매듯 우리 길지 않은 날 사랑했듯이 그대가 나를 버린 날처럼 차마 오래 머물지 않았으면 비가 온다 ***** 마음에 사랑을 가득 담아 두었다가 힘들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줄 수 있다면, 그게 진정 사람답게 사는 길이요 나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왜, 그런 생각이 불쑥 찾아왔는지. 장마철이라 마음이 헛헛해졌는가? 사랑합니다.

자작시 2022.07.05

검침

검침 해정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것들이 불어났다 한계가 한계를 느껴 풀썩 주저앉았다 나를 들쳐 엎은 발등이 급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출생과 이름을 접수대에 맡기고 흰 가운을 따라나섰다 가는 곳마다 나를 꼼꼼히 살폈다 간혹 의심하는 숫자들 사이에 반복해서 되묻는 동물들도 있었다 결국 나는 페이프를 타고 청진기 앞으로 송환되었다 '아! 그님이 오셨군요' (돈이 되겠군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나를 희미하게 훔치며 지나갔다 ('그래 돈 싫어하는 넘 있나) ' D-DAY는 언제로 잡을까요? (나를 잡는 날을 잡는다고) 병원을 빠져나오는 뒤통수에 햇살이 휘청거리고, 걱정 한 톨에 나도 비틀거렸다 자동차들이 나를 피해 달아났다 핏기 없는 말이 눈 속에서 떨어져 나갔다 뚝! 뚝! 노을이 강물로 뛰어들고

자작시 2022.07.02

친구, 시인에게

친구, 시인에게 해정 네가 보고 싶다 칼 끝에 다듬어진 생선회가 빼곡히 얼굴을 내민다 비늘에 감긴 몸으로 내 손을 잡아주던 그날 비린내에 쫓겨 돌아서던 나를 가만히 안아주던, 접시에 가득 담긴 미소가 날 바라보며 히죽이 웃고 있었어 노을을 내려놓고 서산을 느릿느릿 걸어가던 갯바위에서 하루를 바라보며 우린 세월을 낚았어 얼음물에서 뛰어다니던 아지, 고등어, 포를 떠 여름밤을 막장에 비벼 소주를 건네던 너의 손, 뒷산 텃밭 늙은 나무 아래 세상을 벗어놓고 詩를 쓰고 있을, 심부름 가는 척 너의 영혼은 그렇게 이승을 떠났지 갯바위엔 아직도 해가 지고 고기들이 몰려오고

자작시 2022.07.02

7월

7월 해정 바람이 불면 7월이다 저기 저 연잎 위를 보라 물이 뛰어가다 쉬어가면 7월이다 그리우면 7월이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라 구름 위에 얼굴 하나 웃고 있으면 7월이다 침묵하면 7월이다 강가에 나가 강물을 보라 흐르다 말고 소리없이 울고 있으면 7월이다 7월은 어디에도 있다 잠시 가슴을 열고 뜨겁게 있다 가끔 세상사 모두 내려놓고 나처럼 면벽 수행 중이다. ***** 어느덧 7월이다. 오고 싶지 않아도 계절은 오고 시절도 바뀐다. 괜한 나이를 탓하며 망설이고 있다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시작할 수 없는 때라는 건 없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7월이니까. 사랑합니다. 20220701.

자작시 2022.07.01

아! 6월은

아! 유월은 해정 6월의 마지막 잎새가 벽을 쥐고 오로지 버티고 있다 어미 몸을 벗어난 스무아홉의 많지 않은 자식들 어디론가 제 따로 떠나버리고 하루가 서산을 넘을 때마다 한 잎씩 띄워 보내야 했던 어미의 쓰린 마음을 아는 듯 남은 자식 기꺼이 하나 그마저 떠나고 나면 아, 6월은! ***** 꼭, 일 년의 반을 넘는다. 아직 반이 남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무심코 보내 반이 자꾸만 뒤돌아봐진다. 세월이 빠른 건지 내 보폭이 무딘 건지? 이제라도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겠다. 후회 없는 마지막 날을 위하여. 사랑합니다. 꽃이름: 오레가노 글 옵션

자작시 2022.07.01

동행

동행 해정 길을 두고 우회하는 발걸음 이유를 굳이 물는다 동행하는 목청이 싫어? 어떤 길은 그렇게 말을 하기도 정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꼭,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에게도 동행하기 싫은 사람은 있겠지 길마다 매무시도 다르고 걸음걸이도 각양각색이라 그렇다고 외톨일 수는 없는 하늘엔 구름도 떼지어 가는데 ***** 만남이 두터울수록 ‘마음을 담아야 한다. 진심이 아니면 내 몸이 먼저 안다. 있는 그대로를 보이고 싶다. 잘못된 선입견은 오해를 부른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남이 나를 잘 알겠는가 진실로 마음을 건네면 진심은 통하는 법 사랑합니다. 종덩굴

자작시 2022.06.30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해정 꽃을 피워 활짝 웃는 얼굴 하나 그대를 유혹하였다 꽃도 꽃 나름이었을까 벌도 나비도 돌아서서 하늘만 쳐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빈 하늘 향기가 없는 .....건지 緣이 없는.........건지 그대 만나기가 이토록 철부지가 되어서야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돌아볼 수 있는지 그대여, 詩로는 안됩니까 ***** 후회는 언제 어디에도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똑같은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고 그때의 나는 다시 지금의 내가 될 거니까 만족하지 못하는 건 지금의 내 마음일 뿐.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후회하는 건 지금의 나지 그때의 내가 아니야. 중요한 건 그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야. 사랑합니다. 태양국(훈장국화) 꽃말: 자랑스러워요

자작시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