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글 28

[스크랩] 아스피린 (김미옥)

아스피린 / 김미옥   할머니는 토끼표 ABC로 이산의 슬픔을 이기셨고어머니는 종근당 사리돈으로 가난을 견디셨다사는 건 고통이고 진통제는 희망이었다둘 사이는 이스트로 부푼 빵처럼 화기가 아랫목에 가득했고부풀고 부풀다 가끔 터지기도 했는데,미워하지도 않았지만 서로 불쌍해 하지도 않았다사철 그림 같은 아버지 대신할머니는 병아리 장사도 했고,어머니는 사과 행상으로 나서기도 했지만우리 집에는 팔지 못한 사과가 늘 넘쳤다어느 해 토끼표 ABC가 단품된 지 얼마 후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꽃상여를 뒤따르며 사무치게 울던 어머니종근당 회사가 건재하니 아직 어머니는 안심이다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통증이며 그리움이며 절망인그럴 때마다 먹는 아스피린어쩌다 목에라도 걸리면 쌉싸름한 씀바귀 맛사르르 내려가 녹여줘 매 순간 숨바꼭..

훔친 글 201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