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를 넘겼다
나는 손가락
하나 까닥한 일도 없는데
제 스스로 넘어갔지만
어쩌면
읽기 싫은 책장의 페이지처럼
눈을 감고 건성으로 넘겼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자꾸 귀를 잡아당기는데
머리에서는
아깝다는 생각이 도대체 없다
한 시절 어깨 우쭐하며
새파랗던 나도 무럭무럭
늙어가고
그날이 그날 같은 날도
나를 따라 쓸데없이 늙어가네
또 하루는 찾아오고
*****
나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가깝게는 부모와 형제들 그리고 일가친척들과 친구들,
사회생활을 통해 더 넓어진 인간관계, 그 관계 속에서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만남을 피 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배운 것은 사람에 대한 기대는 가끔 상처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
서로의 마음이 잘 안 맞으며 굳이 마음을 맞추며 살 필요는 없다.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 거다. 그 시간에 자신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그래도 그대는 내 사랑입니다
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