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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는

등대는 해정 목을 돌릴 때마다 빛들이 색종이처럼 공중에 팔랑거리고 있어 나의 눈 속으로 바람이 지나가면 어제 없던 소리가 열리듯이 빛의 안은 텅 비어 있지만 뭉쳐있는 기억들이 쏟아져 내리지 파도에 발목이 잡히는 동안 나는 사라진 이야기들을 불러 모으고 잃어버린 얼굴은 우리가 써놓은 문장 꿈을 버린 불면이 물컹물컹 만져졌어 멀리서 돌아온 생각이 너를 찾아 갯벌을 뒤적일 때 쉬어가려고 몰려온 파도가 낱장으로 뜯겨나가고 포구는 갯바람을 안고 밤새 뒤척이다가 숨겨둔 이야기들을 풀어놓기도 하지 어머니가 켜담은 노을이 개발 바구니 속을 가득 채우면 이제 등대는 밤새 나부끼던 불빛을 따라 바람을 만져본 적이 있다고 바다에서도 자주 길을 잃은 파도가 하얀 거품을 토해낸다 매번 틀리는 불빛의 첫 소절을 고쳐 쓰면 눈물이..

자작시 2022.09.24

흰남노

초 강력 태풍 흰남노 해정 오긴 오는 걸까? 태풍전야라는 말이 이토록 그러한가 고요가 깔리는 밑자리에는 공포 영화의 시작은 본래 그러하지 아니한가 밤은 그렇게 익어가고 새벽녘 베란다 밤새 창문 틀을 쥐고 용을 쓰던 코르크 마게, 신문지, 박스, 조각들과 유리창이 싱겁게 웃는다 통수 소리가 너무 컸던, 어제,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이 거리에서 가랑잎처럼 뒹굴고 있다 몇 남지 않은 머리카락도 칼날이 되었던, 핸드폰을 수 없이 들락거렸던 주위성 독려 메시지, 양념 없는 고기 맛이 이러한가 아. 헛헛한 다행함이여! ***** 다들 별일 없으시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문자들이 힘차게 문을 두드리는 아침입니다. 사랑합니다.

자작시 2022.09.23

난마돌

난마돌 해정 오는 줄 알고 두근거렸다 한 소절 조아렸던 가슴에 어느 시간인가부터 핑크빛 웃음이 조금씩 수를 놓기 시작했다 하늘의 배려였을까 깊은 너에 용단이라 해야 하는지 제팬을 향해 90도로 꺾는 네 몸놀림에 가슴에 엷은 꽃이 피어나고 슬그머니 미소가 흘렀지만 웃을 수도 없는, 내가 불끈 쥔 너의 날개 아래 서 있으면서 적으나마 네가 걸어오는 길목과 흰남노의 곡성 사이에서 슬픔이 또 한 채 늘었겠지만 화룡점정 네 모습에 이대로 울음을 배웅해도 괜찮겠구나 싶어 난마돌이 불어도 고요했던

자작시 2022.09.23